“더 이상 이런 분쟁은 없었으면 좋겠다. 실추된 한미그룹 브랜드 이미지를 신속히 회복시키겠다.”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이 28일 열린 주주총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.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“가족들이 함께 설 수 있는 자리 만들겠다”고 했다.

이날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에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.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오너일가인 모녀(송영숙 한미그룹 회장·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)측과 임종윤·종훈 형제 측 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이 예정돼 업계 관심이 뜨거웠다. 경영권 분쟁은 형제 측 승리로 일단락됐다.

개표 결과 임종윤·종훈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5명이 주주들의 과반 득표를 얻어 이사회에 진입했다.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9명 중 5명을 확보해 이사회 장악에 성공했다. 반면,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이우현 OCI 회장의 사내이사의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.

개표 결과가 나온 후 OCI홀딩스는 “통합 절차는 중단된다.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” 밝혔다. 임종윤 전 사장은 OCI 관련 질문에 “OCI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느냐”고 말했다.   

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자신들을 해임한 조치가 원상 복구될지도 관심이 모인다. 한미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,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며 지난 25일 임씨 형제 모두를 해임했다. 업계 관계자는 “이사회 규정 등을 살펴본 후 경영진 복귀 등 사안이 다뤄질 것으로 본다”고 말했다.

특히 이날 결과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다. 경영권 분쟁 초반에는 형제 측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, 신 회장이 형제 측 지지를 선언하면서 판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. 그런데 이후 또 다른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이 모녀 측 손을 들어주면서 양측 지분율이 팽팽해졌다.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아 형제 측에 힘을 실었다.

주주총회 자리에는 오너가에서 임 전 사장, 임종훈 대표가 참석했다.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.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불참으로 일각에선 표 대결 결과를 미리 예상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. 자리에 참석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검표가 진행되는 중에 자리를 떠났다.

형제 측은 지난 2월 낸 주주제안을 통해서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대표,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에는 임 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겠다고 했다. 임 전 사장은 자신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순이익을 30% 가까이 내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. 임 전 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“북경한미 순이익이 25%대다. 순이익을 만들어본 사람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”며 자신감을 드러냈다.

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과 관련해선 “자세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”라고 답했다.

형제 측이 상속세 문제 해결 방법도 관심사다. 형제 측은 지난 22일 간담회에서 “상속세 해결에는 문제가 없다”면서도 명확한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.

한편 이날 주주총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약 2시간 늦게 시작됐다. 자리에 참석한 주주들은 행사가 지연되자 불만을 제기했고, 주최 측은 “주주총회를 잘 준비해보려고 했으나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. 죄송하다”고 말했다. 

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신규 선임의 건, 재무제표 승인의 건,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의결됐다.